◈ 동서대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탐방
◈ 영화의 편집, 사운드 믹싱 수업 참관해
◈ 이무영 교수 “사운드는 정서 건드는 것”

동서대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사운드 믹싱 지도 수업(출처 lean2u)

부산국제영화제 특집 기사 ②

  지난 5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제대로된 개막식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3년만에 부산의 10월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린투유는 우리곁에 찾아온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스케치북 위에 ‘부산’이라는 스케치를 하고자한다. 두 번째 시도는 한국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석좌교수로 있는 동서대학교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탐방이다.

  동서대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은 지난 2008년, 기존 영상메스컴학부를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으로 확대 개편하고 2013년 현재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 전당 인근 센텀 캠퍼스로 이전했다. 영화의 도시 부산과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 전당, 영화진흥위원회, 부산영상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부산 영화의 핵심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캠퍼스가 위치한 것이 임권택 영화예술대학만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교수진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임권택 사단의 핵심 멤버이자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누, 가을로 등을 연출했던 김대승 감독이 학장으로 초빙돼 제2의 임권택 양성에 매진중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각색했던 이무영 감독, 영화 뒤틀린 집의 강동헌 감독, 제창규 촬영감독 등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강단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린투유 기자들은 기자의 시선으로 때론 영화광의 시선으로 때론 일일 영화감독의 시선으로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을 살펴 보고자 한다.

동서대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전경(출처 : 동서대학교)
동서대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전경(출처 : 동서대학교)

“사운드는 정서야, 관객의 정서를 자극해야!”

  방음처리가 돼있는 사운드 전용 스튜디오. 문 앞에서부터 “컷, 오케이 오케이, 좋았어! 느낌있어. 여기에서는 감정을 툭하고 건드려주고 여기에선 조금 죽여주고” 교수님의 쩌렁저렁한 목소리가 들린다. 수업이지만 마치 영화 촬영현장 같다.

  12일 수요일 오전 10시 이무영 교수님의 영화의 편집 수업을 참관했다. 오늘의 강의는 사운드 믹싱 작업이다.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4학년 윤가연·박지현 학생의 졸업작품이자 올해 12월 울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할 단편영화 ‘당신이 그린 여름’(가제)을 편집하고 있었다. 사운드 믹싱이란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프로툴이라는 사운드 편집툴로 사운드를 키우고 사운드를 줄여주고 또는 사운드를 삽입하는 작업을 말한다.

  영화 당신이 그린 여름은 울산국제영화제측으로부터 제작 지원금을 받아 올해 8월부터 울산을 배경으로 촬영에 돌입, 아들(극중 상구, 김다솔)·아들의 엄마(극중 미숙, 강애심)·여자친구(극중 영주, 손예원) 세사람이 그해 여름에 싱그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가슴 따뜻한 단편영화다.

  윤가연·박지현 학생은 기자의 이런저런 사소한 질문에도 귀찮을법한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답변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시에 교수님의 주문도 처리하는 멀티플레이어의 능력을 발휘했다.

  영화는 울산버스터미널에서 울산 달곡마을, 신전마을로 화면이 전환된다. 이무영 교수는 이때 ‘컷’을 외치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어떤 소리가 들어가야 그림이 나올까? 학생들은 도심에서 시골로 화면이 전환됐으니 시골의 이미지가 풍기도록 풀벌레 소리, 개 짖는 소리 등 넣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다.

  이무영 교수는 학생들에게 아빠 미소로 화답하며 세심한 설명을 곁들인다. 이 교수는 “사운드는 정서다. 관객들의 정서를 건드려줘야한다. 화면에 사운드를 어떻게 하면 녹여낼 수 있을지, 감동·슬픔·공포·재미 등 감독이 원하는 감정을 배가시킬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도전하고 피드백을 통해 발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촬영 현장은 소소한 재미로 가득”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무영 교수의 사운드 믹싱 작업 지도가 끝나고 기자와 학생만이 덩그러니 남은 상황. 영화 ‘당신이 그린 여름’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는 질문에 윤가연 학생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윽고 입을 연다.

  윤가연 학생은 “영화 특정 부분 에피소드 보다 당신이 그린 여름 영화 전체가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첫 촬영부터 마지막 씬 촬영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 계획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흔들릴때 마다 교수님들께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다잡아주셨다” 이어서 “특히 어머니 장례식 장면 촬영 당시 비가 왔는데 계획에 전혀 없던 것이었다. 날씨 보고 굉장히 당황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하고 나니 우중충한 날씨와 어머니를 떠나보낸 아들의 슬픈 감정이 잘 조화된 영상미로 구현됐다.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박지현 학생은 “영화에서 아들이 엄마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고 세명이 다같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카메라에 담기 힘든 컷이었다. 여러번 시행착오 끝에 카메라에 담았을 때 그 당시 감정은 힘들었지만 고생해서 촬영한 보람과 촬영의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박지현 학생은 영화 사운드 전문가로 윤가연 학생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진학을 통해 제2의 임권택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린투유 기자들은 몇년 후 이들이 충무로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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